1. 2007년, X Prize 재단은 Google이 후원하는 행사 를 개최했다. 민간인으로 구성된 팀이 탐사체를 직접 운용하고, 로버가 달 표면에서 500m 이상 이동하는 순간을 생방송으로 지구로 전송해야 했다. 이 조건은 2018년 3월까지 공모 기한을 어느 팀도 맞추지 못했을 만큼 어려운 도전이었다. 이후 재단은 성명문에서 "이번 대회로 인해 누가 달에 착륙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대치가 달라졌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정부 기관만이 우주를 향한 유일한 희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전 세계 기업가, 엔지니어, 과학자로 이루어진 팀들에 의해 꿈이 달성될지도 모른다. "라고 발언하며, ‘행사의 결과보다는 성장 과정으로부터 창출될 혁신이 더욱 클 것’, ‘상을 타는 것은 보너스일 뿐, 대회의 성공은 이미 달 표면에 도달하고 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2016년 7월, 참가팀 문 익스프레스가 민간 기업 최초로 연방항공국의 승인을 받아 상업용 우주선을 발사할 수 있는 면허를 취득했다. 잇따라 아스트로보틱, 시너지 문, 하쿠토, 팀 인더스 등의 경쟁팀들이 2018년 NASA와 파트너십을 맺고 상업용 임무에 투입되었다. 2019년 2월에는 이스라엘 민간단체 스페이스 IL이 스페이스X의 팰컨 9을 지원받아 마침내 최초의 민간 달 착륙선을 쏘아 올리면서 공모를 마무리했다.
2. 2019년, 당시 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아폴로 계획 이후 반세기가 흘렀음을 언급하며, 달의 천연자원을 조사하고 유인 탐사를 보조하는 새로운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쟁점은 국가급 우주 프로젝트의 최초 민영화로, 스페이스X의 ‘팰컨’, 블루 오리진의 ‘뉴 글렌’, ULA의 ‘벌칸’, 로켓 랩의 ‘일렉트론’이 주요 발사체로 투입되었다. 또한 주요 이벤트로 ‘루나 게이트웨이’라는 달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기 위해 NASA는 스페이스X와 15년짜리 단독 계약을 2억 4천만 달러에 체결했다. 대망의 유인 착륙선은 공모 입찰을 통해 선발했다. 스페이스X, 내셔널 팀(블루 오리진, 록히드 마틴, 노스롭 그루먼, 드레이퍼 컨소시엄), 다이네틱스 등 세 팀이 경쟁에 돌입했고, NASA는 스페이스X의 ‘스타십’을 최종 선정하였다. 이에 블루 오리진은 부당한 평가 방식이라 비난하며 NASA를 고소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3. 2021년 6월, 버진 갤럭틱은 연방항공국으로부터 최초로 ‘우주 관광 서비스’ 면허를 취득했다. 이 관광 서비스는 모선을 타고 지상에서 이륙한 후 일정 고도 상승하면 우주선이 모선에서 분리되고, 추가 점화를 통해 상공 100km까지 치솟은 후 곧바로 착륙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 저스틴 비버, 일론 머스크 등 유명인이 예약한 것으로 알려진 버진 우주 관광의 비용은 약 3억 원에 육박했다.
4. 2021년 7월, 블루 오리진은 새로운 우주선의 민간인 탑승권을 판매했다. 경매로 진행된 제프 베조스와의 동승권은 322억 원을 웃돌았다. 상공 100km에서의 10분 동안 뉴 셰퍼드호는 성공적인 미션을 마치고 무사히 착륙했다. 이는 민간인 신분으로 우주를 관광하는 최초의 사례이다. 귀환 후 졔프는 환희에 흠뻑 빠진 나머지 “모든 아마존 직원과 고객에게 감사하다. 당신들이 이 모든 것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라는 논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5. 2020년 5월, 두 명의 비행사가 탑승한 ‘크루 드래건’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성공적으로 도킹했다. 2012년 최초로 민간 우주선이 ISS에 도킹한 이후, 비로소 민간인이 직접 탐사하는 시대가 도래하는 순간이었다. 2021년 9월, 스페이스X는 인스퍼레이션 4호를 3일간 우주에 체류시킨 후 귀환시키며 우주 경쟁에서 우위를 굳혔다. Shift4 CEO 제라드 아이잭먼이 2,300억 원의 관광 비용을 전액 부담한 이 프로젝트의 승무원 4명은 모두 민간인이었다. 고도 575km의 유영은 국제우주정거장과 허블 우주 망원경을 발밑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자본주의의 종말보다 세계의 종말을 상상하기가 더 쉽다." - Mark Fisher
2002년, 스페이스X의 설립 취지는 로켓 발사 비용을 삭감하기 위한 NASA협력 기업 운영이었지만, 일론 머스크의 진정한 야심은 화성에 있었다. 1999년 CNN 인터뷰에서 “나는 반드시 화성에 갈 것이다.”라며 테라포밍에 대한 염원을 내비친 이래 꾸준히 화성에 대한 언급을 이어왔다. ‘환경 보호 → 인류 지각 발전 → 화성 이주’는 그가 주 120시간 일하며 일구는 청사진이다. 여러 인터뷰에서 화성 여행의 주된 이유로 ‘지구 종말’을 언급하며 인류 세태를 엄격히 진단하고, 자신을 영웅으로 자처하며 단계적으로 멸종에 대치하는 시스템 구축하는 프로세스에서 그의 비전을 추측할 수 있다. 1999년 페이팔을 필두로 솔라시티, 테슬라, 하이퍼 루프, 스타링크, 스페이스X 등 친환경 에너지와 전력 에너지, 원거리 무선 시스템 산업 개발이 그의 비전을 대변한다. 스페이스X는 초창기 세 차례 우주선 발사에 실패하고 파산을 우려했지만, 2008년 9월 ‘팰컨 1’ 발사에 성공하면서 화성 프로젝트의 서막, 행성간 운송 체계(Interplanetary Transport System)를 계획하며 본격적으로 영웅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사회적 측면에서 일론 머스크는 영락없는 자본주의 사업가이다. 실리콘밸리의 냉혹한 생태계에서 저성과자는 가차 없이 자리를 떠나야 했고, 테슬라나 스페이스X도 예외는 아니다. 자녀의 탄생을 지켜보기 위해 사내 행사에 불참한 직원을 ‘새로운 역사를 쓰는 자리에서 부당한 행동’이라는 이유로 즉시 해고한 사례는 너무나 유명하다. 12년간 근무한 비서 메리 브라운이 연봉 협상을 제안하자 ‘2주의 휴가를 다녀와라. 그동안 생각해 보겠다.’라는 멘트는 그녀가 마지막으로 일론 머스크에게 들은 말이었다.7 대마 흡연을 이유로 한 직원을 해고한지 얼마 되지 않아, 조 로건의 생방송 중 대마초를 피운 황당한 사례도 있다. 무노조 경영을 위해 모든 사업체에 규제를 걸고 노조원에게는 무혜택과 페널티를 부여하여 결국 자진 사직하게 만들곤 했다. 2016년 테슬라 현장 직원들은 주당 40시간 기본 급여 외 추가 수당은 받지 못했으며, 외주 업계에는 최저 시급에 못 미치는 급여를 지급하여 사과 공문이 올라온 기록도 있다. 사회적 이슈 외에도 불륜 사건과 SNS 망언 등 네거티브 이슈를 끊임없이 생산해오고 있는데, 루머로 남겨진 기록 외에도 2021년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건’과 ‘도지 코인’을 비롯한 암호 화폐 시장 조작 사건 등 명확한 이슈를 수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1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주가가 급부상하면서 280조 원에 달하는 재산을 보유하게 되었고, 세계 1위 부호로 등극했다.
과연 이러한 아이러니를 사업가 한 명의 인과율로 치부할 수 있을까? 캘리포니아의 영웅이 놓치고 있는 부분은 자본주의가 스스로 생성하는 이데올로기다. 자유세계 한복판에서 자본주의는 추종할 수 없는 속도로 과도기를 달리고 있다. 불평등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인식될 뿐이다. 자본 행위는 인류의 존속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확률에 의지하는 인류 멸종 사건에 대한 방안을 ‘이슈화’시킬 뿐이다. 기업이 발전해야 인류가 나아간다는 철칙은 자본주의의 자가 복제 시스템을 낳았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더 많이, 더 빨리, 더 좋게, 더 넓은 곳으로 향해야만 한다. 지상의 한계를 초월하는 자본 축적의 팽창 논리를 충족하면서도 그 누구의 소유권이 없는 이상적인 파라다이스, 우주가 바로 그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계 부호 2위인 제프 베조스는 대기권 밖 우주선에 마킹된 로고가 더 많이 보이는 기업이 우세하다는 듯이 스페이스X를 맹추격 중이다. 그럴수록 일론 머스크의 ‘팰컨’은 더 높게 날아가고 있다. 이제는 목적지가 달인지, 화성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2021년 한 해에만 50건이 넘는 민간 우주 발사체가 40조 원이 넘는 자본을 태우며 우주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