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cet work
Newspace Spectacles
(2022~)

This work, "NewSpace Spectacles" analyzes the images that Newspace industries present to the public. What was once a fantastical notion of surpassing the atmosphere became more visible in the 2010s with the rise of international and economic issues related to space. However, the nature of the images that the public consumes has become ambiguous. These images visualize a place everyone knows about but hasn't visited—a blend of science and myth. With technological advancements, these images are produced in finer detail and consumed regardless of their authenticity. This work aims to explore two main points. First, the history of the space industry. Second, the effectiveness of contemporary photographic images as a medium. The central theme is Space X's 2016 announcement of 'Interplanetary Transport System(Mars colonization project)', which has given humanity a new future. I have created photos, 3D models, and videos depicting Mars landscapes, elements humans need to adapt to for life on Mars, and how modern space industry and technology images are consumed by the public. By comparing state and corporate industries and collecting events from different eras to highlight irony, I focus on the period where visual progress has outpaced technological progress. This things to explore the typical characteristics of space images.

script
Like many children, I loved space from a young age. The vast emptiness of space sparked my curiosity and imagination. In 2016, I read an article about Space X’s 'Interplanetary Transport System(Mars colonization project)', which challenged what I thought I knew about space. This led me to start researching. The work aims to explore two main areas. First, the history of the space industry. Second, the effectiveness of modern photographic images as a medium.

From a historical perspective, it's important to look at the early goals of the space industry, its periods of inactivity, and the recent rapid developments. The images also play a crucial role as they connect the public with space. Today’s space industry uses stunning and grand photos to inspire awe and desire among people. I collect and create images through various methods to explore the typical characteristics of space spectacles that the public consumes, revealing the hidden ironies in the process.

I created images similar to those provided by institutions or companies. These include actual photos of Mars, photos taken in Mars-like environments, computer-generated Mars images, and personifications of the nine elements humans need to survive in space. I visited space-related institutions, companies, and tourist sites to collect images directly, and also created images through staging and digital composition. I listed various space-related themes—space industry, data, tourism, commerce, conspiracy theories, astronomy—to create a sequence that resembles a space journey. Each photo in this journey covers aspects like technological hype, glorious failures, scenarios far from real development, budget issues, exaggerated visual effects, and the distortions of time and space that photos don’t show.

Through this work and research, I quickly realized that technological progress in the space industry is slower than visual progress. Experts I consulted said that technological development in the space industry is progressing steadily. However, the space images consumed by the public in recent years suggest rapid technological advancements. This is because the new space industry is driven by capital, and companies need to establish a strong presence. To do this, they produce not only photos but also photo-like images in large quantities. In the past 2-3 years, AI and modeling technologies have advanced to make these images appear more realistic than reality itself, overshadowing the authenticity of photographs. High-tech industries have eagerly adopted this technology, and the image-dependent public is left uncertain in their judgments.

1492년, 유럽의 인도 탐험 계획은 중앙아메리카를 인도로 착각하는 실수로 실패했지만, 독창적인 방향 전환을 통해 아메리카와의 최초 교류라는 기록을 남기며 대항해시대를 이끌었다. 그러나 화려한 전기 이면에는 창칼에 찔린 원주민, 노예로 팔린 여성과 아동, 탈취된 금, 점령 당한 영토 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의뢰국에 막대한 금전과 명예, 벼슬을 요구하며 거짓으로 업적을 위장했고, 욕망을 동력으로 다시 찾아간 아메리카에서 세계 인구의 1할을 몰살시켰다. 우리가 가장 위대한 개척자라 부르던 콜럼버스의 이야기다. 인류에게 이성의 시대가 시작되면서 호기심과 통찰, 인내는 필연적으로 존재했으며, 난세에 등장한 영웅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를 견인해왔다. 유감스럽게도, 지난 인류사에서 기술 발전과 살기 좋은 세상의 도래는 정비례하지 않았다. 기득권 싸움의 말미는 결국 누군가가 감당해야 했고, 대개는 대중이 그 임무를 대신해왔다. 현시대 인류는 자본주의가 외면하고 있는 빙하 융해, 인종 차별, 전쟁과 테러, 난민, 생태계 와해, 마태 이펙트를 견디고 있다. 진보라는 위대한 업적 아래에는 가라앉은 역설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더 빨리, 더 많이, 더 좋게, 기술 발전의 과도기에서 여전히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영웅이 이끄는 우주로의 여행은 이 시점에서 임팩트를 남기기 충분하다. 우리는 곧 화성에 간다.
 
“인류는 새로운 도약을 할 때가 왔다. 우리는 2025년까지 그곳에 갈 것이다.” -Elon Musk
 
2016년, 우주 분야 최고 권위 행사인 IAC에서 일론 머스크가 인류의 존속 판도를 뒤집는 비전을 제시했다. 1972년 아폴로 17호가 달에 남긴 마지막 발자국 이후, 천체에 도달한 기록이 없는 인간은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되었다. 대기권 너머의 공허는 더 이상 꿈의 땅이 아닌 새로운 업적의 무대로 변모했다. 이 비전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뿐만 아니라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의 블루 오리진, 버진 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 등 거대 기업들이 선도하고 있다. 그들의 혁신적인 기술 개발과 화려한 공개 카운트다운은 미래로 향하는 테크노 유토피아의 장엄한 모습을 렌더링하며 대중의 열망을 불러일으킨다. 20세기 우주 산업이 냉전에서 비롯된 정치적 육탄전이었다면, 새로운 시대의 서막은 신자본주의로부터 격발하는 기업들의 각축전, 즉 '뉴스페이스'가 열었다. 나는 뉴스페이스 또한 '이니셔티브 경쟁'일 것이라는 우주 개발 반세기 공백을 향한 일론 머스크의 폭탄 발언에 집중한다. 이로써 신자본주의의 방향과 대중의 관계를 잇는 '이미지'에 초점을 맞춰, 우리의 미래를 맡긴 기업들의 행보가 실화인지 신화인지 탐구해본다.

작업은 ‘퍼서비어런스, ‘인사이트’, ‘큐리오시티’ 등 세 갈래 섹션으로 구성된다. 각 명칭은 실제로 화성에 투입된 탐사 로버의 이름에서 유래하며, 로버의 이념과 작업을 연결하여 이미지를 구성한다.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는 화성에서 살지 못하는 이유, 가장 원초적인 생존 요소를 이미지화한다. 각 요소를 표현한 탈을 입은 인물이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하며 인간의 욕망과 하위 욕구가 충돌하는 식민지 라이프의 역설을 해학적으로 풀어낸다. ‘인사이트(InSight)’는 실제 화성, 화성을 묘사한 지구 풍경, 3D 모델링으로 구현한 화성을 열거하여 매체를 통해 화성의 환경을 학습한 인간에게 끼치는 미디어의 영향을 탐구한다. 우리가 아는 화성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보면서 시각적 경계가 모호해지고, 실재와 가상을 넘나드는 장면으로 인지적 혼란을 유도한다. ‘큐리오시티(Curiosity)’에서는 우주와 이미지의 관계에 집중한다. 20세기 이후 우주 산업은 기술 발전과 동시에 대중문화에도 안착하면서, 대중의 우주를 향한 열망을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택했다. 미디어가 보여주는 대기권 너머의 이야기는 공상과 사실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대중과 우주의 연결고리를 형성했다. 매체를 통해 우주와의 친밀감을 쌓은 대중은 뉴스페이스 시대에서도 지속해서 생산되고 있는 인더스트리, 테크놀로지, 음모론, 데이터베이스, 관광, 상품 등 다양한 메타포를 함의한 우주-이미지에 열광한다. 이 작업은 사실과 연출이 뒤섞인 우주-이미지를 제시하여 공개 매체가 가지는 실효성을 탐구한다. 이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우주 산업이 대중의 열망을 타겟으로 생산하는 이미지 이면에 존재하는 텅 빈 진보를 강조하는, 반어적 매체로서의 역할이다.
InSight
‘인사이트’는 화성의 풍경을 묘사하는 세 가지 방식을 보여준다. NASA의 임무를 수행 중인 로버들이 촬영한 실제 화성의 풍경, 화성의 모습과 유사하게 연출한 지구의 풍경, 그리고 3D 모델링으로 제작한 가상의 풍경을 열거한다. 실재-파생 실재-가상의 경계에 있는 화성의 풍경들은 아직 화성에 가본 적 없는 인간이 미디어를 수동적으로 수용할 때 발생하는 인지적 오류와 실재-이미지의 시각적 충돌을 유도한다. 이를 통해 매체로부터 우주를 감각하는 인간에게 미디어가 끼치는 영향을 탐구한다.

현대에 들어 현실보다 가상이 더 큰 입지를 가지는 경우가 있다. 2018년, InSight에 고해상도 카메라가 탑재되면서 화성의 깔끔한 지상 사진을 관측할 수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던 마냥 붉은 행성이 아닌, 맑은 날에는 얇지만 푸른 대기가 있고, 언덕 곳곳에는 갈색과 회색 암석이 있다. 노을은 푸른색을 띠고, 에메랄드빛 얼음도 있다. 그러나 대중의 반응은 낯설었다. 우리가 아는 화성의 모습은 영화 < 마션 >처럼 모래 폭풍이 몰아치는 붉은 풍경이기 때문이다. 미디어가 만들어낸 화성의 시뮬라크르는 지구의 모습과는 달라야 한다는 판타지 요소를 강조하기 위해 붉은색 필터를 씌워 새로운 이미지를 자극한다.
 
작업은 실재하는 현실의 원본이지만 인식하지 못한 장소(화성), 인식은 가능하지만 근거가 다른 장소(지구), 인식할 수도 모방할 수도 없는 가상 공간이 만들어낸 허구의 장소(3D 모델링)를 중첩한다. 이러한 실재와 시뮬라크르의 불규칙한 혼재는 실제 화성을 인식해 본 경험이 없는 인간이 시각적 차이를 느끼지 못하거나 가상이 더욱 실제처럼 느껴지는 시각적 충돌을 유도한다. 이는 열광을 일으키기 위해 실재를 도구로 사용하여 비현실적인 것을 강조하는 동시대 미디어 프로세스에 비유한다. 사회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우리가 기표와 허상에 노출되어 있고, 흐름은 진실을 감추고 있다. 현대 소비문화와 자본주의 속에서 우리의 삶 자체가 시뮬라시옹이라는 역설을 인식하고 처절하게 비판하는 것이 인류가 발전할 길이다”라고 말하며 미디어 수용에 있어 수동적인 대중을 비판하고 나아가야 할 길을 정의한다. 로버 ‘InSight’는 통찰(insight)과 들여다보다(in sight)의 중의적 의미를 담아 화성 탐사에 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작업 ‘인사이트’는 집단적 열광을 일으키는 옐로우 미디어를 일갈하며, 뉴스페이스 시대가 제시하는 유토피아가 본질적으로 비현실적인 것임을 은유한다.
 
 
 
Perseverance
우주에서 알몸으로 살 수 없다. 작업 ‘퍼서비어런스’는 NASA가 제시한 인간 연구 로드맵에서 볼 수 있는 우주 생존에 필요한 가장 원시적인 요소인 산소, 물, 심리 약화, 중력, 방사능, 기온, 에너지, 미세먼지 이슈 등 9가지를 정의한다. 2016년 일론 머스크는 행성간 운송체계(Interplanetary Transport System)를 발표하는 동안 생존에 필요한 하위 욕구 충족에 관한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현재까지도 뉴스페이스 기업들은 뚜렷한 결과값을 내놓지 않은 채 억대 티켓만 팔고 있을 뿐이다. 이 작업은 우주를 향한 인간의 욕망과 하위 욕구가 충돌하는 식민지 라이프의 역설을 각 요소를 나타낸 탈옷을 입은 사람이 해학적인 포즈를 취하며 표현하고 있다.

지구에서의 인간은 생명 유지를 위한 기본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왔다. 이러한 원초적 욕구 충족은 이성 발현의 발판이 되어 기술을 발전시키고 사회적 풍요를 이루는 상위 욕구로 이어져왔다. 그러나 레드 플래닛을 꿈꾸게 되면서 하위 욕구 충족에 관한 문제에 부딪히게 되었다. 이 땅에서 7,800만km  떨어진 화성 생활은 썩 유쾌하지 않다. 7개월 여정 끝에 도착한 화성에서 호흡은 물론 낮은 중력으로 인한 체내 구성이 손상된다. 지구보다 미세한 먼지 폭풍은 기계와 폐의 수명을 좀먹는다. 극한의 저온은 영화 < 설국열차 >의 고문 장면을 연상시킬 만큼 낮다. 방사선과 태양풍을 막아줄 수 없는 얇은 대기를 버티기 위해 땅굴을 파고 돔형 건물을 지어야 한다. 알칼리성 토양은 식물이 꽃을 피우지 못하게 하고, 따라서 식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에너지 소모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원자력 발전기가 고장이라도 난다면 심리 상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기에. 생존 기술 구축이 모호한 현시점에서 뉴스페이스 기업들이 제시한 화성 거주지의 모델링은 돔으로 구성된 구역들이 케이블로 만든 통로로 서로를 연결하고, 인간은 헬멧을 쓰고 차폐된 수단으로만 이동한다. 그들이 ‘식민지’라고 칭하는 화성 개척은 과연 정복인가, 기생인가? 기술 과도기라는 인내의 시기 동안 우리의 마스 라이프는 행복 달성이나 자아실현의 염원보다는 정전이 나거나 헬멧이 깨지는 것을 염려해야 할 것이다.
 
언젠가 거주 환경을 만드는 테라포밍 기술이 발전하여, 인류는 화성뿐 아닌 다른 행성으로의 진출도 가능한 다행성종으로 진화할 것이다. 2015년, 일론 머스크는 < 스테판 콜베어 쇼 >에서 인간이 화성에 거주하기 위한 환경 조성 방법으로 극지방에 핵폭탄을 투하하는 의견을 제시하며 ‘슈퍼 빌런’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는 신 자본주의가 인간의 미래를 위해 인간다움을 배제하는 역설을 여과없이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과연, 인류의 목표는 살아 숨쉬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상위 욕구를 달성하기 위한 인류의 인내, 우리를 은혜로 이끌어줄 성도의 견인자이자 슈퍼 빌런, 뉴스페이스가 우리를 우주로 이끌고 있다.


Curiosity
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디어가 제공하는 이미지에 의존하여 우주를 감각한다. 로스웰 UFO 추락 사건은 30년이 넘도록 주목받지 못하다가 1979년 어느 매체가 사건을 재구성한 이래 급부상했다. 그 정점은 1995년 FOX TV가 사건이 벌어진 곳에서 발견한 두 구의 시체와 한 구의 중상을 입은 괴생명체를 연구하는 모습을 일부 공개하며 1,200만 뷰를 기록했던 이슈였다. 급기야 미 국방부는 같은 해 ‘로스웰 보고서’를 공표하는 홍파를 낳은 전대미문의 미스터리 사건이다. 당시 미디어의 영향으로 UFO의 모양이 접시 형태를 띤다거나 작은 키에 회색 피부, 큰 머리와 큰 눈을 가진 인간 형태의 외계인 모습이 대중의 인식에 자리 잡게 되었다. 이렇게 뉴멕시코 남동부의 작은 농업도시 로스웰이 관광단지로 바뀌면서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을 때, NASA 마크를 내세운 소품 업체들이 줄줄이 생겨났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한 업체에서는 화성에서 날아온 작은 운석 조각을 20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한 해에 수십 건 이상 실행되는 스페이스 프로젝트를 홍보하기 위해 생산되는 ‘이미지’는 대중의 열광을 끌어내기에 충분하다.

20세기 달 탐사 이후 우주 개발의 잠정적으로 축소되면서, 인류의 미래가 당장 우주에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이러한 현상이 다음 세대에도 지속될 흑막이라는 가정하에, 이니셔티브가 대중에게 드러내는 스펙터클이 사회적 허구라 말 할 수 있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NASA는 로켓을 쏘아 올리는 기관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우주로 향하는 횟수보다 기름 유출 현장으로 출동하는 횟수가 더 많다. 1년 예산 재무표에 따르면 연간 한화 약 2,000억에서 7,000억의 환경 책임 비용을 소모하며, 이는 환경 오염과 직결된 개발 공정과 발사 비용보다 더욱 많다. 탐사선 ’Curiosity’는 10년간 단 27km를 이동했으며 탐사선 ‘Perseverance’ 또한 약 3년간 협소한 공간을 탐사했을 뿐이다. 굴착선 ‘InSight’의 탐침봉은 5m에 불과하다. 뉴스페이스는 대중을 이끌 새로운 방법론을 택했는데, 이는 지구 종말과 인류 발전을 설득하는 실용적 접근에 있다. 그들이 언급하는 소행성 충돌, 꿀벌 멸종, 지질학적 재해, 경제 붕괴, 인구 과잉 등의 지구 종말 시나리오는 신 자본주의가 재촉하는 것처럼 시급하지는 않다. 오히려 화성의 꿈이 시작된 2016년 이후 2019년까지 화석연료 소비가 3%나 오른 것이 기업적 야망을 이루기 위한 데이터로 증명될 뿐이다. 또한 인류의 미래, 테라포밍된 화성에 국가가 설립될 때까지 여러 세기가 걸리는 기술적, 정치적 한계가 있다. 차세대 기술 진보가 기간을 단축해도 최소 30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인류사 1만 년 중 전체 탄소 발생의 72%가 최근 30년 동안 이루어졌고, 전세계 토지 개발의 40%가 최근 100년간 진행되었다는 사실을 미루어 볼 때, 지구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물론 우주로 가기 전에 지구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일원적 접근은 천성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나 과학계에서 관측한 4,800개의 행성 중 지구와 같이 풍요로운 행성은 없었다.
 
화성 탐사 로버의 연구 경로, 열관성 지도, 착륙 불가 지점, 지구-화성 간 이정표 등의 자연〮기술적 난관을 보여주는 데이터와 임의로 작성한 데이터, 실제 발사체와 우주 박물관에 전시된 모형, 발사 프로세스의 인더스트리와 공업 지대, 상상으로 제작한 추측도와 연구성과도, 발사 직후의 경관, 로스웰의 불운한 외계인, UAP와 조형물, 유년의 꿈을 키웠던 오브제와 양산 기념품 등은 우주를 향한 대중의 정서적 호기심을 일으킨다. 그러나 스펙터클에 가려진 이면의 인덱스는 열광을 타겟팅하는 뉴스페이스의 마케팅을 수반한다. 20세기 후반 신문과 잡지의 인포그래픽이 유행하게 되면서 대중은 내용이 어찌되었든 ‘볼거리’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과학계와 기업의 마찰이 번져가는 뉴스페이스는 군중이 환호할만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미디어에 지나지 않는다.
  
’큐리오시티’는 우주 이미지의 전형성과 과학과 신화가 공존하는 곳의 이미지 코드를 파악해보는 사진적 접근이다. 한국 내 우주와 관련된 장소들로 다큐멘테이션 된 현시점의 우주는 프레임 안에 존재한다. 재정의된 이미지를 통해 검열된 열광에 그치는 상태를 유도하면서 우주 이미지의 실효성을 탐구한다. 우주는 기술적 진보보다 영상적 진보가 앞서 고도화 되었다. 우향곡선을 말하는 이론과 그것을 완성시키는 이미지를 보며 대중은 ‘우주에 갈 수 있는가?’를 차치하고 ‘우주에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를 질문한다. 그러나 로맨틱한 이상으로 가득찬 영상과 실질적인 개발 척도가 정비례하지 않으면서 허울처럼 소비되는 우주 이미지는 열광만 채울 뿐이다. 작업은 마치 우주 여행의 일대기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뒤틀린 시간과 공간, 가상과 허상, 실패와 유보, 기술적 미흡과 환경 이슈, 조작까지 포함된 사진은 사진적으로 존재할 뿐이다.


우주 경쟁의 역사
“10년 안에 우리는 달에 갈 것이다.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이다.” John F. Kennedy
 
1. 1957년 10월 4일, 소련은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했다. 2차대전 직후 급부상한 소련의 과학 기술에 놀란 미국은 ‘스푸트니크 쇼크’에 휩싸였고, 핵미사일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1961년 소련이 보스토크 1호 발사, 유리 가가린의 최초 우주 비행에 차례로 성공하면서 모든 면에서 미국을 추월했다. 이에 미국은 대규모 프로젝트 ‘아폴로’를 계획한다. A부터 J미션까지 총 15기의 로켓이 달을 목표로 했으며, 이 프로젝트의 예산은 당시 미국 GDP의 연 0.75%, 현재 환율로 약 230조 원에 달했다. 이는 현재 NASA 1년 총예산인 28조 원과 비교했을 때 당시 이 프로그램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보여준다. 미국은 반드시 이겨야만 했다.
 
케네디 담화 6년 후, 아폴로 1호 대체 로켓 ‘AS-204’가 폭발하면서 탑승 인원 모두가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새턴 V와 머큐리 계획에 참여했던 인원과 기술 모두 아폴로에 집중되었고, 노스 아메리칸, 그루먼, 더글러스, 보잉 등 민간 항공 및 군사 기업의 엔지니어들도 대거 투입했지만 시작부터 휘청였던 것. 그러나 미국은 멈추지 않았다. 민주체제의 선봉국은 일선에서 흐르는 피를 성과로 바꾸어야 했다. 이내 아폴로 4, 6호의 사령선 시험, 5호의 착륙 실험, 7호의 저궤도 비행, 8, 9, 10호의 중궤도 비행과 리허설을 성공 시킨 후 마침내 1969년 7월 21일, 아폴로 11호의 닐 암스트롱이 지구가 아닌 땅을 밟게 되었다.
  
소련의 충격은 달에 가는 미국인들의 편안한 여정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생방송에서 비롯되었다. 아폴로 11호 비행사들은 3일의 여행 동안 다리를 꼬며 누워 있거나, 팔굽혀펴기를 하거나, 스튜를 만들면서 보냈다. 이후에도 아폴로 시리즈는 기술의 연속적인 발전에 박차를 가했고, 결국 소련의 기록을 상쇄시키기에 이른다. 잔혹한 냉전 시대의 최전방에서 자유 민주 종주국의 위신을 내세우고 무한한 가능성을 입증한 나라, 정치 경쟁의 승자는 미국이었다.
  
2. 2015년 미국은 우주 개발 상업화에 관한 법률을 입법하여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1967년 UNOOSA(유엔 우주국)이 공식화한 우주 조약의 법안은 다음과 같다.“우주의 모든 천체의 탐색은 국가의 이익을 위하여 누구나 자유롭게 행할 수 있다.”, “모든 국가는 영유권을 주장할 권리는 없다.”, “대기권에 근접하여 대륙 간 탄도 미사일과 핵무기 등 살상용 기체를 배치할 수 없다.”, “탐사는 평화를 목적으로 두어야 한다.” 이 조약은 냉전 시대의 미소 우주 경쟁을 제재하기 위해 급진적으로 발안되었기에 21세기에 들어 달을 포함한 천체의 채굴, 인공위성 서비스, 관광 상품 출시 등 자본 활동에 대해서는 모호하게 규제할 뿐이었다. 미국은 법안이 개정되기 전 먼저 우주 상업화에 착수했다. 이로 인해 UNOOSA를 포함한 여러 비영리 단체의 반발이 있었으나, 일본, 중국, 인도 등의 우주 조약 서명국들도 잇따라 우주 상업 이용 법률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실황이다.
  
3. NASA와 연방항공국(FAA)은 1984년 미 의회가 제정한 1차 우주 상업 이용 법안을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2004년 상업 우주 발사 수정법이 개정될 때도 민간 기업에 발사 면허를 주지 않는 등 많은 규제를 강화하여 자본화를 통제했다. 그러나 2015년 의회는 "미국 시민들이 우주 자원의 상업적 탐사와 이용에 관여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다만 생물학적 생명체는 제외한다. 그러나 미국은 주권, 배타적 권리, 천체의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으로 법률을 재개정하며 민간 기업의 우주 상업화를 옹호했다. 결국 우주 당국은 2016년 문 익스프레스에 최초로 면허를 부여하며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 20세기 우주 경쟁이 정치적 충돌이었다면, 21세기에는 자본주의 기반 경쟁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시대, 본격적인 뉴스페이스가 열린 것이다.


격렬한 레이스
1. 2007년, X Prize 재단은 Google이 후원하는 행사 를 개최했다. 민간인으로 구성된 팀이 탐사체를 직접 운용하고, 로버가 달 표면에서 500m 이상 이동하는 순간을 생방송으로 지구로 전송해야 했다. 이 조건은 2018년 3월까지 공모 기한을 어느 팀도 맞추지 못했을 만큼 어려운 도전이었다. 이후 재단은 성명문에서 "이번 대회로 인해 누가 달에 착륙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대치가 달라졌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정부 기관만이 우주를 향한 유일한 희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전 세계 기업가, 엔지니어, 과학자로 이루어진 팀들에 의해 꿈이 달성될지도 모른다. "라고 발언하며, ‘행사의 결과보다는 성장 과정으로부터 창출될 혁신이 더욱 클 것’, ‘상을 타는 것은 보너스일 뿐, 대회의 성공은 이미 달 표면에 도달하고 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2016년 7월, 참가팀 문 익스프레스가 민간 기업 최초로 연방항공국의 승인을 받아 상업용 우주선을 발사할 수 있는 면허를 취득했다. 잇따라 아스트로보틱, 시너지 문, 하쿠토, 팀 인더스 등의 경쟁팀들이 2018년 NASA와 파트너십을 맺고 상업용 임무에 투입되었다. 2019년 2월에는 이스라엘 민간단체 스페이스 IL이 스페이스X의 팰컨 9을 지원받아 마침내 최초의 민간 달 착륙선을 쏘아 올리면서 공모를 마무리했다.

2. 2019년, 당시 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아폴로 계획 이후 반세기가 흘렀음을 언급하며, 달의 천연자원을 조사하고 유인 탐사를 보조하는 새로운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쟁점은 국가급 우주 프로젝트의 최초 민영화로, 스페이스X의 ‘팰컨’, 블루 오리진의 ‘뉴 글렌’, ULA의 ‘벌칸’, 로켓 랩의 ‘일렉트론’이 주요 발사체로 투입되었다. 또한 주요 이벤트로 ‘루나 게이트웨이’라는 달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기 위해 NASA는 스페이스X와 15년짜리 단독 계약을 2억 4천만 달러에 체결했다. 대망의 유인 착륙선은 공모 입찰을 통해 선발했다. 스페이스X, 내셔널 팀(블루 오리진, 록히드 마틴, 노스롭 그루먼, 드레이퍼 컨소시엄), 다이네틱스 등 세 팀이 경쟁에 돌입했고, NASA는 스페이스X의 ‘스타십’을 최종 선정하였다. 이에 블루 오리진은 부당한 평가 방식이라 비난하며 NASA를 고소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3. 2021년 6월, 버진 갤럭틱은 연방항공국으로부터 최초로 ‘우주 관광 서비스’ 면허를 취득했다. 이 관광 서비스는 모선을 타고 지상에서 이륙한 후 일정 고도 상승하면 우주선이 모선에서 분리되고, 추가 점화를 통해 상공 100km까지 치솟은 후 곧바로 착륙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 저스틴 비버, 일론 머스크 등 유명인이 예약한 것으로 알려진 버진 우주 관광의 비용은 약 3억 원에 육박했다.
 
4. 2021년 7월, 블루 오리진은 새로운 우주선의 민간인 탑승권을 판매했다. 경매로 진행된 제프 베조스와의 동승권은 322억 원을 웃돌았다. 상공 100km에서의 10분 동안 뉴 셰퍼드호는 성공적인 미션을 마치고 무사히 착륙했다. 이는 민간인 신분으로 우주를 관광하는 최초의 사례이다. 귀환 후 졔프는 환희에 흠뻑 빠진 나머지 “모든 아마존 직원과 고객에게 감사하다. 당신들이 이 모든 것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라는 논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5. 2020년 5월, 두 명의 비행사가 탑승한 ‘크루 드래건’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성공적으로 도킹했다. 2012년 최초로 민간 우주선이 ISS에 도킹한 이후, 비로소 민간인이 직접 탐사하는 시대가 도래하는 순간이었다. 2021년 9월, 스페이스X는 인스퍼레이션 4호를 3일간 우주에 체류시킨 후 귀환시키며 우주 경쟁에서 우위를 굳혔다. Shift4 CEO 제라드 아이잭먼이 2,300억 원의 관광 비용을 전액 부담한 이 프로젝트의 승무원 4명은 모두 민간인이었다. 고도 575km의 유영은 국제우주정거장과 허블 우주 망원경을 발밑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자본주의의 종말보다 세계의 종말을 상상하기가 더 쉽다." - Mark Fisher
 
2002년, 스페이스X의 설립 취지는 로켓 발사 비용을 삭감하기 위한 NASA협력 기업 운영이었지만, 일론 머스크의 진정한 야심은 화성에 있었다. 1999년 CNN 인터뷰에서 “나는 반드시 화성에 갈 것이다.”라며 테라포밍에 대한 염원을 내비친 이래 꾸준히 화성에 대한 언급을 이어왔다. ‘환경 보호 → 인류 지각 발전 → 화성 이주’는 그가 주 120시간 일하며 일구는 청사진이다. 여러 인터뷰에서 화성 여행의 주된 이유로 ‘지구 종말’을 언급하며 인류 세태를 엄격히 진단하고, 자신을 영웅으로 자처하며 단계적으로 멸종에 대치하는 시스템 구축하는 프로세스에서 그의 비전을 추측할 수 있다. 1999년 페이팔을 필두로 솔라시티, 테슬라, 하이퍼 루프, 스타링크, 스페이스X 등 친환경 에너지와 전력 에너지, 원거리 무선 시스템 산업 개발이 그의 비전을 대변한다. 스페이스X는 초창기 세 차례 우주선 발사에 실패하고 파산을 우려했지만, 2008년 9월 ‘팰컨 1’ 발사에 성공하면서 화성 프로젝트의 서막, 행성간 운송 체계(Interplanetary Transport System)를 계획하며 본격적으로 영웅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사회적 측면에서 일론 머스크는 영락없는 자본주의 사업가이다. 실리콘밸리의 냉혹한 생태계에서 저성과자는 가차 없이 자리를 떠나야 했고, 테슬라나 스페이스X도 예외는 아니다. 자녀의 탄생을 지켜보기 위해 사내 행사에 불참한 직원을 ‘새로운 역사를 쓰는 자리에서 부당한 행동’이라는 이유로 즉시 해고한 사례는 너무나 유명하다. 12년간 근무한 비서 메리 브라운이 연봉 협상을 제안하자 ‘2주의 휴가를 다녀와라. 그동안 생각해 보겠다.’라는 멘트는 그녀가 마지막으로 일론 머스크에게 들은 말이었다.7 대마 흡연을 이유로 한 직원을 해고한지 얼마 되지 않아, 조 로건의 생방송 중 대마초를 피운 황당한 사례도 있다. 무노조 경영을 위해 모든 사업체에 규제를 걸고 노조원에게는 무혜택과 페널티를 부여하여 결국 자진 사직하게 만들곤 했다. 2016년 테슬라 현장 직원들은 주당 40시간 기본 급여 외 추가 수당은 받지 못했으며, 외주 업계에는 최저 시급에 못 미치는 급여를 지급하여 사과 공문이 올라온 기록도 있다. 사회적 이슈 외에도 불륜 사건과 SNS 망언 등 네거티브 이슈를 끊임없이 생산해오고 있는데, 루머로 남겨진 기록 외에도 2021년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건’과 ‘도지 코인’을 비롯한 암호 화폐 시장 조작 사건 등 명확한 이슈를 수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2년 1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주가가 급부상하면서 280조 원에 달하는 재산을 보유하게 되었고, 세계 1위 부호로 등극했다.
 
과연 이러한 아이러니를 사업가 한 명의 인과율로 치부할 수 있을까? 캘리포니아의 영웅이 놓치고 있는 부분은 자본주의가 스스로 생성하는 이데올로기다. 자유세계 한복판에서 자본주의는 추종할 수 없는 속도로 과도기를 달리고 있다. 불평등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인식될 뿐이다. 자본 행위는 인류의 존속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확률에 의지하는 인류 멸종 사건에 대한 방안을 ‘이슈화’시킬 뿐이다. 기업이 발전해야 인류가 나아간다는 철칙은 자본주의의 자가 복제 시스템을 낳았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더 많이, 더 빨리, 더 좋게, 더 넓은 곳으로 향해야만 한다. 지상의 한계를 초월하는 자본 축적의 팽창 논리를 충족하면서도 그 누구의 소유권이 없는 이상적인 파라다이스, 우주가 바로 그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계 부호 2위인 제프 베조스는 대기권 밖 우주선에 마킹된 로고가 더 많이 보이는 기업이 우세하다는 듯이 스페이스X를 맹추격 중이다. 그럴수록 일론 머스크의 ‘팰컨’은 더 높게 날아가고 있다. 이제는 목적지가 달인지, 화성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2021년 한 해에만 50건이 넘는 민간 우주 발사체가 40조 원이 넘는 자본을 태우며 우주로 향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여는 진보
1. 하베이의 말처럼, 지구를 제패한 기업들이 이제 북극으로 가고 있다. 각국의 50척에 달하는 쇄빙선들이 매일 북극해의 파도를 가르며, 이곳에 매장된 전 세계 원유의 25%와 천연가스의 45%를 채굴하고 있다. 셸과 엑손모빌은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이곳에 시추선을 띄웠다. 2013년, 그린피스는 북극 원유 채굴을 막기 위하여 해상 시위를 벌였으나, 해적 행위 및 해상 강도 행위와 위협 혐의로 러시아 국경수비대에 체포되는 아이러니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두고 미국 정치인 뉴트 깅리치는 “원유 굴착기에 매달리는게 취미인 그린피스의 꼴을 보아라. 자본주의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그들은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다. 무슨 권리로 미래를 거부하는가? 역사적으로 어느 문명에서 환경 운동가가 승리했다는 기록이 있는가? 결국 그들은 진보의 물결에 익사하고 말 것이다.”라고 제언했다. 진보의 물결, 그것은 자본주의가 낳은 딜레마를 자본 행위로 극복하는 방식이다. 21세기 기업들이 대처하는 환경 문제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더 많은 나무를 베고, 탄소를 줄이기 위해 북극빙을 깨부수거나, 단기 사업 직후 지구 환경 보호 단체에 기부하는 역설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 일사오리를 위해 소탐대실하는 자본주의 업보, 거세게 들이닥치는 진보의 물결에 대중이 탈 배는 없다.

2. 인간은 태곳적부터 사회적 불평등을 대변하기 위한 수동적 상상속 세계, 유토피아를 선망해왔다. 이미 지친 대지의 최상위 포식자들은 새로운 이상향을 갈구한다. 그리고 그들을 인도할 견인자는 2016년 국제 우주대회(IAC)에 나타났다. 일론 머스크가 제안한 행성 간 운송 체계(Interplane tary Transport System)는 인류의 미래를 보여주며, 인간의 존재 조건을 무시하지 않는 사회적 관계 내에서 일련의 공통적 요구를 자연스럽게 해결할 방법, 즉 새로운 출발을 제시했다. 일론 머스크는 60분의 시연 동안 2050년까지 1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화성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극복 과정을 시뮬레이션했다. 그는 대중이 듣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은 설명하지 않았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후 관객들은 우주선은 어디에서 발사하는지, 화성에서의 배변 활동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누가 먼저 갈 것인지, 일자리 창출은 어떻게 할 것인지, 화성에 가는 비용에 관해서 물을뿐이었다. 팬덤은 순식간에 추종으로 이어졌고, 많은 미국인은 이 사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안심했다. 유토피아의 실재를 확인한 대중의 집단적 열광에 물리적, 제원적 기술 한계 따위가 브레이크를 걸어줄 수 없었다.
  
3. 《총, 균, 쇠》 저자 제라드 다이아몬드는 반복되는 패러다임의 오류를 겪는 인류를 두고 “어떻게 해야 인간의 행동 방식이 바뀔까, 항상 끔찍한 사고가 있거나 위기가 들이닥쳐야 할까?”라며 인간이 취하는 수동적 자세를 회의한다. 2020년, 대침체 이후 문명의 노선에 또 한 번 실금이 가는 대봉쇄 시대가 찾아왔다. 급진적인 바이러스의 파급력은 인간 사상과 주체의 오만함을 심판하듯 모든 시스템을 잠정 중단시켰다. 인류는 재난, 정치, 전쟁, 범죄 등 사회에 팽배한 보편적인 죽음의 두려움이 아닌 멸종에 대한 거대한 공포가 선명해졌다. 팬데믹 이전 ‘만약에’ 접근법은 이제 “어떻게”로 의식화되면서 사회는 자연스럽게 지구 온난화, 해수면 상승, 빙하 용해, 사막화, 산불, 산림 파괴, 황사, 고탄소, 플라스틱 이슈 등 지구의 변화된 상태에 주목했다. 2020년 5월, 크루 드래건에 탑승한 민간인 우주 비행사 두 명이 ISS에 도킹하는 이벤트가 성공하면서 일론 머스크의 지구 멸망 시나리오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20년 3, 4분기에는 기후 변화를 멈추는 법과 테슬라 주식에 관한 키워드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검색된 데이터로 남았다.
 
인류사의 성격을 돌아보면, 여러 개화기를 거치면서 개개인의 의식 수준은 높아졌지만 대중성은 당대의 패러다임에 도태되어왔다. 이성을 계몽의 도구로 사용하는 사이클을 우리는 ‘진보’라고 부른다. 진보의 숨겨진 과정은 어둡고 야만적이다. 대의를 위해 동족을 짓밟고, 책임을 전가해왔다. 결과의 영예는 영웅이 차지했고, 수습은 대중의 몫이었다. 이성이 방치된 계몽은 폭력의 재생산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다시 혁명에 매혹되어 기대한다. 자본주의가 겨냥하는 현시대의 패러다임은 사회적 평등을 내세워 어떤 힘보다 교묘하게 우리를 묵살시킨다. 돌이킬 수 없는 편의를 제공하는 대신 사회 제반을 지배하고 책임을 지우는 체계 석에서 우리는 위태한 양날의 검을 쥐고 있다. 



에필로그

“화성에서는 달라지려고 하겠죠. 지구에서보다. 우리는 지구를 지키지 못했지만, 아름답고 원초적인 레드 플래닛은 지켜보려고요. 하지만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Joel K. bourne JR
 
이미 제 3세계 일부 국가의 발전 방향을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에너지 분석가 안토니오 주하스는 화성을 자원이 풍부한 빈국에 비유하며, 기업간 우주 경쟁의 숨겨진 목적을 암시한다. 《화성 이주 프로젝트》 저자 스티븐 페트라넥은 “지금 지구에서처럼, 인도적인 사명보다 투자자의 결정이 더 중요할 것”이라 발언한다. 제라드 다이아몬드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대하여 “자본주의는 인류의 장기적인 목적을 표상하고 단기적인 이익을 좇는다. 대중은 기술 발전의 과도기에 매혹되어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단기적인 행위는 인류의 미래를 위하는 것이라 보기 힘들다. 아직 사람은 다른 행성을 꿈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화성에 가게 될 것이다. 이미 우리의 앞 날이 어쩌면 우주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회적 계기가 작동되었기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일론 머스크의 유토피아는 아직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가와 시장의 관계도 피할 수는 없다. 경제 변혁의 상호적 과정에 중심적인 결정권은 국가가 가지기 때문이다. 뉴스페이스 기업들은 정부 지원금을 받아 사업에 착수하고 있으며, 사업 실행도 정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풀어야 할 사항은 더욱 많다. 이러한 과정 가운데 이 이야기의 결말은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막연한 제언을 수반한다. 확실한 것은 점진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역설을 좌시한 인류는 지구에서 그랬던 것처럼 폭력의 재생산을 감행해야 할 것이다. 앙겔루스 노부스는 파국으로 변해버린 과거에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미래를 향해 날아간다. 발터 벤야민은 이 폐허 더미의 과거를 ‘진보’라 부른다. 우리는 앞을 향해 나아가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의 행위는 언제든지 만행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만행을 저질렀다면 고쳐야 하며, 그럴 용기가 없으면 의지하든지, 주시하든지, 좋든지, 싫든지 계속해서 ‘인식’해야 한다. 자본주의가 꿈꾸는 공허로의 계몽, 시대가 변하는 찰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반드시 고민해야 할 것이다.